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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story

[JH 16세] #4 로위성계:아이론행성:하비시외각 - J & Load 펍 옥상

by 쪽과종이 2014. 7. 13.

#4 로위성계:아이론행성:하비시외각 -  J & Load 펍 옥상

 

 

 

숲가장자리의 넓은 초지가 바라보이는 풀숲내음 가득한 펍에 도착한건 경기가 연장전으로 들어가기전 휴식시간이었다. 이미 깜깜한 밤이 되었고 로열박스 우리구역의 앞자리는 가득차있다. 이럴땐 2층 옥상에서 입석구역에서 가서 보는게 그나마 낫다. J & Load 펍의 거대한 오네마 스크린은 스타디움의 로열박스와 바로 위의 2층 스탠드 시점을 둘다 제공해주기 때문에 스탠드 시점에서도 훌륭한 관람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펍 한쪽 벽만 스크린이 아니라, 대형 스크린의 아래에 자그마한 펍이 붙어있는 듯한 구조이다.

 

"하하 황제의 한숨 쉬는 표정 봤어?"

 

2층 옥상으로 올라가면서 떠들어 본다. 나야 축구 보다 황제의 표정이 더 재밌지만, 쥬드는 답답한 축구 때문에 터질려고 한다. 


하늘에서 자유비행으로 날아온 차들이 공간 주차장에 착륙하는게 보인다. 지상주차장은 제조사별로 특색있게 접혀져 주차된 이동박스로 이미 빼곡하다. 옥상에도 이미 사람들로 가득이지만 이곳 옥상은 스타디움의 2층 스탠드와 똑같이 경사면을 만들었기 때문에 어디서든 무난히 볼수 있다. 다만 1층 실내에서 볼땐 진짜 스타디움의 로얄박스에 있는 착각을 가질 수 있지만, 옥상에서 볼땐 주변의 휑한 초지와 수풀과 숲이 눈앞의 장면이 가상스크린이라는걸 자각해준다. 스크린 뒤 숲의 빽빽하고 우뚝솟은 나무들이 스크린을 나무테두리 유리액자인 듯한 풍경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경기는 황제의 2궁인 오리온성계의 베른행성에서 치뤄지지만, 그곳에서 수십광년 떨어진 이곳 홀리오성계에서 양자통신으로 방송국 자체시간지연 1초만으로 볼 수 있다. 오네마 7세대 가광패널은 10cm 만 떨어져도 스크린인지 실제인지 구별을 못할 정도의 해상도를 보여주지만, 스크린 제외 사방이 뚤린 옥상은 가상공간으로의 몰입을 방해한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장에 집중하는 1층보다 이 옥상은 왁자지껄 주변이야기로 떠드는 소리가 숲속에 메아리 칠 정도로 크다. 하지만 경기내용에 집중하거나 주변풍경을 느끼기거나 이야기를 듣는것 보다 저 오네마 패널을 포함한 7대유닛의 1세대를 만든이의 후손이라는 것과 저 우주간 양자통신이 기저우주를 통한다는 원리를 알고 있는건 이 우주에 나뿐일 거라는 우쭐함의 호르몬이 내 머리를 채우고 있는걸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아흐! 그거 하나를 못해!"

 

이미 쥬드는 술한병을 처치하고 두병째를 따고 있다. 경기는 J 팀이 죽을 쓰고 있다. 아이스하키처럼 아웃없이 계속 진행되는 항성간 축구게임 치고는 점수가 안나오는 양팀 다 재미없는 게임을 하고 있었지만, 퇴장을 2명이나 당한 H팀에게 J 팀이 계속 수세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헤이드가 내일 또 놀리면 그놈 머리를 리셋해버릴꺼야!"

 

쥬드 머리에 가득 차오르고 있는 알코올이 내 머리속에서 우쭐함의 호르몬을 밀어내고 있음이 느껴지고 있다.

 

"이길꺼야 연장후반에 쿠션 연계 크로스에 바이사이클킥 슈팅 골든골으로"


적당히 쥬드가 원하는 이상적인 상황을 말해주며 현실로 돌아온다.


"그런게 일어나면 오늘밤은 축제다! 내일까지! 모레까지! 아홇홇홇홇!"

 

이젠 멀록이 되어버린 쥬드를 보니, 경기가 지든 이기든 모레까지는 제본실이 문을 열진 못할 것이다. 시끄러운 사람들 소음과 술내음과 음식내음이 섞여 숲내음 가득한 밤공기를 어지럽히고 있다. 거기에 모레까지 못가는 마음과 다음주 작업을 기다리는 마음까지 섞여 하비시 특산 증류수 특유의 알싸하고 독한 알코올 공기속으로 무덤덤한 마음을 만들어낸 대뇌피질이 용해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우아아아아!"

"때려! 슈웃!"

"크렄켴......쿠쿵!?"

 

 

 

사람들의 환호소리에 어떤 파열음이 묻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젠 환향에 이어서 환청인가라는 생각이 더 앞서고 있다.

 

 

 

"우와!!!!!!!!! 골!!!!!!!!!!!!!!!!!!!!!!!!!!!!!!!!!!"

"쿠지끈! 곀톁!"

"골!!!!!!!!!!!!! 골!!!!!!!!!!!!!!!!!!!!!!!!!!!!!!!!!!"

"하하하하 예쓰! 그래 그렇지!"

 

 

 

엄청난 환호와 함께 육중한 소리가 같이 들렸다. 오네마 스크린은 스크린 자체에서 소리가 같이 난다. 화면 픽셀 하나는 3D 해상도에 따라서 8천에서 320만의 화소가 150에서 180도 방향으로 출력되고, 그 픽셀하나당 음소의 스피커가 있어 화소와 소리의 위치를 동일시 시켜준다. 스타디움에 있는 스크린의 화소와 음소는 입력이 되어 이곳의 스크린에 출력해주고 있다.

 

 

"쿠웈콰카광쾈"

"푸쉬...퐝!퐝!"

"이겼!다! 와!"

 

 

엄청난 굉음과 엄청난 환호와 폭죽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옥상은 환희가 가득찼고, 굉음과 폭죽소리는 환희의 롹사운드 배경음이 되었다.

 

 

"쿠콰카광쾈콱!"

 

 

굉음이 이번엔 갑자기 천둥과 같은 볼륨으로 한번더 들리자 알콜자체로 변해버린 쥬드 외의 사람들이 모두 정지됐다. 그리고 굉음의 위치가 스크린내의 어느 음소인지, 스크린이 아니고 숲속인지 판단하기 시작했다. 때늦은 폭죽 한발이 무언가의 형체를 보여주고 쥬드의 멀록 소리 가 판단을 방해할때 스크린의 스타디움이 갑자기 붕괴됐다.

 

 

"흐허허헉!"

"퍽-"

 

 

눈앞의 사람들이 갑자기 도망가는걸 보는 동시에 짧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초점을 잃어가는 내 두눈에 아직도 멀록 흉내내는 쥬드만 마지막으로 보이고 멀록 소리는 의식을 잃기전까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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