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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story

[JH 16세] #3 로위성계:아이론행성:하비시 - 거리

by 쪽과종이 2014. 7. 13.

#3 로위성계:아이론행성:하비시 - 거리

 

 

엘리베이터가 지상으로 나오자 이동박스가 분리되어 거리위를 산뜻한 소리를 내며 흐르기 시작한다.

 

"좀 늦겠는걸"

 

쥬드가 엘리베이터 사방면의 디스플레이를 반투명으로 조절하고 거리를 내다보면서 투덜댄다. 거리엔 이동박스들이 가득이다. 퇴근시간과 축구결승이 겹치면서, 모두들 축구를 보려고 오네마라고 불리는 가광패널이 설치된 펍들을 찾아서 이동하고 있는듯 하다. 유난히 이동박스 주행도로가 복잡하다. 사람들의 왁자지껄이는 소리가 이동박스들을 흘러넘쳐 거리를 채우고 있다.

 

"그래도, 차로 갈껄 그랬어"

 

자유공간비행이 허가된 승용비행기는 경찰/소방/환경용의 공공공간위의 공간에서 자유비행이 가능하지만, 요즘엔 허가받는 시간부터 운행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장거리가 아니라면 고민을 안겨주는 상황이다. 요새 부쩍 늘어난 독립연방 급진H세력의 공간테러때문에 더욱 어렵게 되었다지만, 실상은 제국이 세금징수를 쉽게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쓰이다 보니 그곳은 부자들과 폭주족들의 폭주공간으로만 인식되는 곳이다.

 

예약한 펍은 하비시 외각의 오래된 펍이지만 오네마 가광패널의 경기장내 위치가 좋아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좋은 구역을 예약했지만, 늦게 도착하면 구역내에서 좋은 시야확보가 어렵다.

 

경기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스타디움에서 직접 관전하는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박스내에서 울리고 있다. 쥬드가 3면의 중단을 축구경기 디스플레이로 전환한다. 오네마 가광패널이라면 현장에 있는것과 똑같은것 같은 3D가상공간을 보여주겠지만, 쥬드는 이걸로라도 만족하는듯하다. 상단에 반투명으로 투영되어 보이는 하비시 시내의 하늘은 특유의 녹청색 저녁하늘색을 흐트리고 연붉고 청하얀 2개의 달이 추상화와 같은 묘한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 쥬드에게서 플라스틱 레몬같은 느낌의 묘한 향기가  전해진다. 펍까지 가는 내내 쥬드의 흥분이 박스를 채울것 같다.

 

부스토 형제는 잊혀지지 않아야 하는 문명의 보전을 위해 보호지정된 인간들이다. 그래서 동생 헤이드가 테러사고로 목숨을 잃었을때, 그 어떤 동의도 없이 인조인간에게 영혼이 이식되었다. 쥬드가 J 사상에 몰입하는것도 헤이드의 영혼이 정보인지 영혼인지 알고 싶기 때문이고, 제본일이 아닐 때에는 항상 J사상을 연구하거나 인조인간을 연구한다. 실체없는 플라스틱 레몬향이라는건 인조인간 실험실을 상상하는 내 전두엽의 환향일 것이다. 론이라고 불리우는 인조인간은 셀이라는 로봇인간보다 인간과 똑같은 구별이 안가는 복제인간이다. 그런데도 셀과 같은 플라스틱 냄새를 맡는건 인간의 편견이 주는 결과인데, 난 그걸 일반인간에게서도 맡고 있다.

 

머리를 저어 환향을 흩어뜨리며, 나도 의자 패널을 꺼내 쥬드 옆에 앉는다. 따뜻한 가죽이 몸을 감싸 차가운 유리감촉 지워준다.

 

"오..오.............아웄!"

 

쥬드와 나의 탄식이 저녁밤하늘과 같이 더해진다. 경기는 지루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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