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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story

꿈단편5

by 쪽과종이 2020.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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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그가 나타나고 있다

식탁을 채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비워둔 의자에 그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서 올 그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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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그냥 지나간다

기차가 정차하지 않고 달려간다. 기차를 타지 못한 우리는 그들이 곧 들이닥칠것을 예감한다

미래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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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꽃가루 같은 균으로 퍼진다

지금 여기 사람들은 이게 균으로 퍼지는 것을 모른다. 잡혀온 사람들의 배에 꽃으로도 보이고 패각으로도 보이는 그것에 다가가 신기한듯 쳐다본다

멀찍이 떨어져 나를 미래로 데려가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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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패각이 나타난 곳이다

숲속에 세워진 도심. 도심속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나만 무엇에 닿을까봐 조심하고 있다. 버스가 먼지를 내며 지나간다.

이번엔 왜 여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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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그녀가 나타나고 있다

그녀는 마치 미래를 아는듯이 나에게 와 나를 이끌고 있다. 오늘은 나를 어디로 끌고 갈지 복잡한 감정의 두근거림이 시작된다

마침내 나타난 그녀는 슬픈 얼굴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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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포탈을 그녀가 만든다

휴대용 미술도구를 꺼내 있어야할 시간에 있어야할 공간을 그린다. 오늘은 거대한 기차에 계속 그린다.

오늘따라 느리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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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냄새가 나고 있다

어느집인지 우리집인지 그녀가 불안해 한다.
우리집이 보이는 언덕에서 보자 우리마을이 타고 있다

서둘러 기차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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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포털을 그린다

맛있는 식탁에 사람들이 둘러쌓여 있다. 누군가 환영파티를 준비한다

무언가 의자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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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각에 감염된 그들을 옮긴다

이미 패각이 드러난 사람들은 이성을 잃게 된다. 하지만 패각 근처에 있던 이들은 아직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다. 아직 이성을 가진 그들만 옮긴다. 상의를 입지 않는 이들은 증상을 바로 알지만 상의를 입는 이들은 별다른 감각이 없어 늦게 알게 된다.

그들을 다른 시간 다른 공간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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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진 이곳이 다른 세계라는걸 깨닳았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그녀는 과거속의 세계와 미래속의 세계가 아닌 새로운 세계의 사람이다

이과거가 바뀐다고 그미래가 바뀌지 않는다. 새과거로부터 새미래가 나타나는 새로운 세계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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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이 불태워지고 있다

누군가 포털을 태웠다. 그곳에서 시작될 새로운 세계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하지만 그 세계는 오지 않게 됐다. 그녀는 말이 없고 그녀의 표정에게서 아무것도 읽을수 없다

이세계와 이세계의 미래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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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계가 각자의 수많은 미래중 하나로 확정되었다

포털로 과거로 간 순간 두세계가 나타나고
포털로 미래로 간 순간 두세계가 얽혀진다

과거와 미래로 가는 포털이 소멸되며
더이상 두세계는 시간과 공간으로 얽히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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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나타난 무언가는 이곳 세계에서 처음 보는것이었다

그것은 자신을 환영하는 그들에 반응하면서도 자신이 넘어온 포탈이 불타고 있음에도 반응하고 있었다

포털이 불탈수록 환영하는 이들은 더욱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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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어디서부터인지 패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버섯처럼 말미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주변에 여기저기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괴짜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의 끔찍한 방화 파티가 뉴스에 나온 이후였던것 같다. 그 영상에서 패각을 처음 봤다.

그녀는 패각들을 모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말을 할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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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을 그리고 패각을 옮긴다

정확히는 옮겨온다. 포털을 그리면 포탈내에 패각들이 옮겨져 온다. 그것은 그녀가 온 시공간에서 온건지 다른 시공간에서 온것인지 알수 없었지만

그림도구의 재료가 떨어져간다. 점점 힘들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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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사진을 보며 포털을 그린다.

과거로 가는 포털 안에서 그림도구를 펼치면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달리는 기차 바로옆에 포털되면서 포털되는 와중에 기차에 그림을 그린다.

과거의 기차 플랫폼에 발을 내딛으며 그림도구를 닫자 원래 시간대로 흐르며 기차안에 패각이 쏟아져 내림을 기차밖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미래에 그려놓은 포털 그림을 그리고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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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을 그리고 패각에 감염된 사람들을 전송한다

포털은 장비에서 어떤 사진을 선택하면 장비가 그대로 그린다. 그림이 완성되고 그들을 포털로 위치시키면 그들만 빨려들어가듯 전송된다. 다른 사물이나 사람은 전송되지 않는다. 장비는 이세계의 공간에 속해 있지 않는것 같았다. 그걸 조작하는 그녀도 그래보였다.

오늘은 감염자로 이미 가득찬 기차에 그려 그들을 전송했다. 기차는 달리지 않았지만 왠지 그들은 빠른속도로 달리고 있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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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사라진지 수십년이다.

그녀가 남긴건 그림도구 뿐. 시간여행을 이해하기 위해, 더 정확히는 시간여행하여 그녀를 만나기 위해 물리학자가 된 나는 그 그림도구를 십수년째 분석중이지만 알아낸것이 없다. 극소량 남아 있던 그림재료는 평범한 물감과 붓과 팔레트 이었다. 왜 이걸 더 구해 쓰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다.

의도치 않게 입자가속기 속에 극소량의 재료가 들어가기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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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재료가 생성되었음을 알았다.

얽힌입자들이 유기체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때는 물감으로 보았을 뿐인데.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 가속기 연구소로 근무지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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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충분하다

과거로 가야할지 미래로 가야할지 고민은 금새 끝났다. 난 미래의 그림을 모르니 과거의 그림을 찾아 과거로 가기로 했다.

사진속의 그녀가 추억의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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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맞았다

하지만 그녀와 있던 시간은 아니라는걸 바로 알수 있었다. 그해 여름의 신선한 아침보다 지금 겨울의 한낮이 더 추웠다. 그 공간의 모습도 다르고 그녀가 그렸던 그림도 없었다. 한기에 떨며 길거리의 커피를 한잔 사먹었다.

연구소로 갔다. 당연히 바로 들어갈수가 없었다. 익히알던 오래된 그 뒷길은 다행이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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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전 연구소에 그려놓은 그림을 그 연구소 공간에서 다시 그렸다

정확히 이동했던 나만 다시 연구소에서 그린 공간과 시간으로 이동됐다. 시간은 과거로 가 있었던 시간만큼 흘렀다. 포털의 그림이 선명하다. 이세계는 내가 그림을 그렸던 세계가 맞다. 세계가 분기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했다. 손에 들었던 커피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커피를 사먹은 동전이 오지는 않았다. 아차싶다. 동전을 다시 가져와야겠다. 세계가 분기되기 전에.

이미 먹은 커피가 몸속에서 같이 왔는지는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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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이 특이했다. 눈길을 끌게된 반짝임은 둘째이고 동전의 연도가.

아이는 보물로 간직하기로 했다. 보물상자에 동전을 보관하기로 했다.

그리고 동전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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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샾에서 다시 그 동전을 찾을수 없었다.

시간을 맞추는 방법도 모르지만 그 공간에서 그림을 다시 그려도 이동되지 않았다. 이미 이전에 내가 그린게 남아 있었고 한번 더 그렸지만 이동되지 않았다.

그녀가 그린 그림을 다시 찾았다. 그중 내가 그린 그림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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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는 날 어릴적 잊고 있었던 보물상자를 발견했다.

상자를 열자 그 동전이 있었다. 빛은 바랬지만 연도는 아직도 그대로 였고 올해도 한참 모자랐다.

이사가는 차 안에서 동전으로 목걸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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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동굴에서 미친듯이 소리치며 몸을 떠는 원시인 형색이 있다.

너무 많은 환각과 환청으로 고통받다가 해결책으로 선택한 곳이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것이 이세계의 것이 아닌것 같았다. 그 두려움을 이기고자 같은 곳에서 이기겠다고 외치고 있었다. 동굴속의 이끼같은 식물을 뜯어 먹으며 다시 외치기 시작했다.

그 세계의 하늘은 해와달이 1개씩 뿐이었고 두려움은 해가 뜨지 않을 때에 만들어지는 어두움과 비쳐지는 은하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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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간대로 왔다. 그녀도 동전도 찾을수 없었다.

연구소에 다시 들어가다가 이번에는 들키고 말았다. 경비경찰들이 분주한 가운데 어떻게든 내 실험실 공간까지 도망쳤다. 이 시간대에서 내 실험실은 창고였다. 주변을 확인할 틈도 없이 물건들을 치우고 급히 되돌아 올수 밖에 없었다.

그 창고에 누군가가 있었다는걸 인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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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속의 그는 마침내 어두움을 직시하는 평온을 찾았다고 생각했을때 소리를 멈추고 일어섰다.

환각으로 보았던 그림을 동굴벽,바닥,천정에 환형으로 몸에 상처내어 받은 자기피로 그리기 시작했다. 환각속에서 그 그림은 불타올라 동굴을 낮처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마침내 자기가 앉아 있던 바위까지 다 그리자 이 환형의 그림 한가운데에서 사라졌다. 그 자리에 있던 이끼 모양의 풀에서 패각모양의 꽃이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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