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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story

꿈단편4

by 쪽과종이 2020.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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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심상치 않은 소리를 내며 분다.

버스가 유독 늦는다. 오늘 안으로 간다고 말씀드렸지만 했지만 해가 지면 걱정하시는 얼굴이 떠올라, 고개를 들어 해를 찾아 바라보며 지평선과의 거리를 가늠해본다.

햇살의 따사로움과 함께 구름은 보이지 않는 깊고 파아란 호수같은 가을 하늘의 가을날씨 가운데, 바람속에서 비냄새와 함께 맡아본적 없는 냄새가 느껴진다.

심상치 않는 바람소리가 스산함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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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있는 의자가 먼지내음을 내면서 덜컹거리며 버스가 강둑 위를 올라서기 시작했다.

가을하늘 빛을 받은 아주 유유히 흐르는 넓은 강이 조금은 조급해진 시야에 들어올거라 기대했는데, 거대한 파도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물덩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물이 살아있는 하나의 생물체 처럼 바람을 타고 강둑을 덮치려는 듯 보였다.

놀라움이 가득한 버스 안에서 사람들의 사진 찍는 소리와 숨향기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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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파아란 하늘에서. 서늘한 무언가와 같이.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 내려 수상한 비에 대해서 같이 내린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곧 넘어올 것만 같이 움직이는 거대한 강물의 형체는 강둑을 넘지는 않았다. 아주 오래전에 비슷한 적이 있었다며 아마 마을분들은 분교에 모여 계실거라고 들었다.

마을로 걷기 시작했다. 검은색 향을 뿜는 아스팔트 위에 서늘히 내리는 무언가에 대한 궁금함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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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만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분교의 작은 강의실에서 반가워하면서 걱정스러운 얼굴을 만나게 되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며 4명의 백발의 남녀 노인들이 들어왔다. 단상에 오르며 모여있는 중앙에 비어있는 4개의 빈자리에 대해서 채움을 요구했다. 사람들이 소근거리며 서있던 나를 포함해 4명이 자리를 채우도록 했다. 특별한 지위를 가지게 된 듯한 생각이 들게 됐다. 하지만 빈자리의 의자는 너무 불편하여 등받이와 다리를 4개 모두 내가 손보고서야 앉을 수 있었다. 누군가가 간식을 나눠준 후 단상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질겅하면서도 달콤한 무언가 특이한 질감의 식감에 집중하느라 그들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사람들이 재잘거리며 4명 주위에서 떠들기 시작하자, 몇사람 뒤에 있는 걱정스러운 얼굴은 알수 없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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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통로를 지나갔다. 이 건물은 흔한 시골 마을 모습을 가진 마을내 집과 분교와는 아주 다른 모습을 가졌다.

통로의 한쪽 옆은 알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진 기울어진 각도의 벽이 있고 다른쪽은 비슷한 벽을 가진 아래층이 보였다. 아래층엔 수많은 복도들이 있었고 검은색 슈트를 말끔히 차려입은 몇몇 인물들이 나타났다. 4명은 그들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힐끔 보더니 멋있는 걸음걸이로 걸어 갔다. 마치 모델 같았다.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은 독특한 모양의 곡선과 직선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이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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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의 끝에 내려서자 아주 말끔한 처음보는 듯한 마을 길이 나타났다.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애써 기존 마을의 모습을 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비와 함께 내리던 작은 것들이 이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빗방울 같은 그것은 땅에 내려선 후 마치 달팽이 처럼 생긴 무언가로 마을 길을 여기저기 기어다녔다. 갑자기 그때까지 질겅하게 먹고 있던 입안의 간식이 터져 달콤한 내용물이 느껴졌고 혹시 이것인가 라는 생각에 더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길의 끝에 다다르자 말끔한 검은 슈트를 입은 4명이 서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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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우리를 별다르게 인식하지 않았다.
나 또한 그들과 마을사람들을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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