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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story

꿈단편 6

by 쪽과종이 2020. 12. 25.

1이 언짢아 하는 한숨을 쉰다
2가 어이없어 하는 한숨을 쉰다
3이 어리둥절해하는 한숨을 쉰다
4가 귀찮아 하는 한숨을 쉰다
5는 콧바람을 내며 한숨을 쉰다
6은 애써 무덤덤한 한숨을 쉰다

한심하거나 험상궂거나 무표정한 얼굴의
6인이 수면실 가운데 앉아있다

우리를 내려준 비행정이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멀어져간다
안에서는 그 소리와 진동만 들린다

"언제 열어줄꺼야!" 1이 언짢아 하며 말한다
"이대로 계속 있는다고?" 2가 어이없어 하며 말한다
"진짜?" 3이 어리둥절해 하며 말한다
"열리든지 말든지~" 4가 귀찮아 하며 말한다
"오예* 킁킁" 5가 콧바람을 내며 말한다
"........." 6이 눈감은채 혼잣말로 말한다

드문드문 풀이 있는 사막한가운데 떨궈진
이들을 가두고 있는 이동요새를
마른 흙바람이 흝고 지나간다

이윽고 중심부의 엔진과 외각이 기동되고
덥고 숨막히는 공기가 요새내에서 순환되면서
상쾌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여있는 수면실이 열렸다
그들 앞에 요새의 중앙 상황실이 나타났다
모니터에는 대기생성 23% 진행중이 표시된다

"배고파 먼저먹자" 1은 식당실로 달려갔다
"아 숨막혀" 2는 크게 들이마시며 식물실로 갔다
"아 이건 뭐지" 3은 상황실과 주변실들을 둘러본다
"뭘 하라는 건지" 4는 실험실을 힐끗 쳐다본다
"햐 이거!" 5가 보관고 안에서 무기고를 발견한다
"흠" 6이 자연스럽게 윗층으로 가더니 바깥을 직시한다

6이 다시 내려오니
5인이 모두 식물실의 테이블에 모여있다

전원 무장을 장착하고 음식을 먹으면서
한손에 휴대패드를 들고
테이블 가운데의 무언가를 가르키고 있다

"맞자나 맞자나!" 3이 굵지만 높은 목소리로 말한다
"햐 이거 구우면 먹을수 있나" 1이 웃으며 말한다
"구워 줄께!" 5가 무기를 장전해 겨누면서 말한다
"죽으면 바이러스 퍼진다네" 4가 패드를 보며 말한다
"그렇게 마무리도 괜찮네" 2가 심드렁하게 말한다
"흠" 6이 들어서면서 무표정하게 테이블을 직시한다

꽃 같기도 조개 같기도 한
식물인지 동물인지 구분이 어려운 외계생물이
보관함 안에서 아주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이 행성에 처음인가?" 5가 무기를 확인하며 1에게 묻는다
"그게 소원이면 바로 나가면 되겠네" 4가 2에 힐난한다
"아 이거 그쪽 꺼라는데" 3이 6에게 패드를 전달한다

6이 본인의 생체인증으로 패드를 열고
과거 기록 자료를 익숙하게 찾는다

지나가는 자료속에
패각과 그림이 지나간다

기지바깥의 바람에 흔들리는 풀속에
패각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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