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aper/story

꿈단편 - 깊고 푸른 바다 : 장막

by 쪽과종이 2021. 4. 11.



가슴의 통증이 일병을 깨웠다. 좀전 까지 포격과 총성이 가득한 해변이었지만 지금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평온한 태평양 산호초 섬 밤해변이다.

의구심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내 섬반대편으로 가야하는 의무감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의식을 잃고 있었던 건 꿈이었나, 자신도 모르는 몽유병이 있는건지 기억을 떠올려 보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문득 가슴의 통증이 다시 나타나 들춰보니 가슴이 온통 무언가에 데인듯한 자국이다. 점차 기억속의 처참한 전장속 묘령의 이가 사실로 인지되기 시작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이 해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이질감이 점점 커져가는 소화불량감 같은 불편을 주기 시작했다.


......



반대편 마을에 도착했을때 이윽고 자신이 알던 섬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부대도 상사도 짐도 머물던 숙소도 도심도 없었다. 몇몇 가구의 작은 마을이 있을 뿐이다. 숙소에서 일어날때 마다 보았던 아름다운 일출의 해변 모습은 그대로 인데 그 자리에 해변 도시는 없었고 마을은 멀었다.

다만 도착전 섬의 소개서에서 보았던 초창기 유리 건판 사진들의 이미지들로만 가득했다.

이건 꿈속일거라는 생각은 주기적으로 발생되는 가슴의 고통이 부시고 있었고, 원래 섬으로 가려면 무얼 얻어타야 하나를 생각하다 가끔씩 발생되는 극렬한 고통은 때때로 의식을 잃을 정도 였고, 결국 마을 인근 해변에서 의식을 잃었다.


.......


눈을 뜨자 묘령의 이가 눈앞에 나타났을때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그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걷잡을 수 없었지만 이내 바다내음과 함께 집안과 조화롭지 않는 기계장비 냄새와 몸이 반응하는 음식냄새와 몸에 쌓인 약초향기에 덮혀지고 있었다.

가슴의 상처를 확인하려 하고 더듬더듬 말을 거는 그녀를 경계하며 집안을 살펴보았다. 눈부신 태평양 아침햇살이 가로지르는 천막속의 공간에 남자가 어떤 기계를 만지며 책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여자는 요리중이었다.

더듬더듬 물어보는 그녀는 기계를 조립하고 있는 남자가 보는 것과 연관이 있는가 라는 것이었고 도움을 받았다는 상황인식이 도움을 주어야 하나 하는 행동의지로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결국 그녀에게 다짜고짜 끌려가서 보게 된 책의 페이지는 일종의 어떤 기계 구성도였고 어떤 표식으로의 항로가 그려져 있는 듯했다. 표식은 어디선가 본듯했다. 부서져 있는 기계는 유리건판 시기것도 자신의 시기것도 아닌 이질적이었다.

갑자기 파란바다가 눈에 가득찼다. 문이 열리고 들어선 어떤 원주민이 누군가에 자신을 가르키는 소리를 따라가 보니, 알기로는 그시대 주변 강국인인 클래식한 모습의 경비병 차림의 이가 있었고 이내 체포됐다.



.....



눈부신 햇살과 함께 섬에 다시 돌아왔다. 자신이 말한 본국으로 송환하려 해도 신분이 확인되지 않자 몇일간의 심문후 섬으로 돌려보내졌다. 태평양 원주민과 동북아인 혼혈의 후손인 아버지와 발트해 민족 후손인 어머니를 둔 혼혈 외모 보다 지금이 2차대전 이전이라는걸 확실히 알게 된 어느 순간부터 아무말도 하지 않는 덕이 더 컸다.

많지 않은 지식을 동원해 이 섬과 주변 섬의 미래를 유추해 볼수 밖에 없었다. 현재 이 섬은 자원이 채취중이고 곧 다른 주변 강국에 여러차례 점령될 것이며 주변 섬에서는 핵실험이 이뤄지고 태평양 전쟁에 휩쓸린후 독립 될것이다.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와 부대원들의 수다속에서 주워들은 것과 일반적인 상식이 사실 지식의 전부였다. 늦은 나이에 입대한 이유 등을 캐묻던 너무 수다스럽던 부대원 때문에 그 대화도 다 듣지 않았었다.

여전히 일어나는 통증을 감내하기 위해 해변에 드러누워 보는 아름다운 하늘속에 그녀의 얼굴이 들어온다. 그녀는 그의 이름을 그 이름으로 불렀다. 이름의 뜻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



장군은 다시 캡슐에서 깨어난다. 태평양 전쟁 훈장과 섬독립 훈장들과 자원 전쟁 기념 심볼들 사이에 있는 액자속의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다.

섬의 족장 아들이던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태평양 전쟁에 세운 공을 배경으로 섬의 주요 인사가 되고 그나마 알고 있던 미래 지식을 총동원해 섬의 효율적인 자원,인재,국가 개발과 해외투자를 바탕으로 태평양 각 제도에게 까지 영향을 주어 독립시켜 연합시키고 이 섬을 태평양 제도 연합국의 수도로 만들었다.

다시 자원을 쟁취하려는 강국들에 의해 그가 막후 군사독재 통치를 한다며 명예를 훼손시키고 산호 장막이라는 별명을 붙여 봉쇄시킨 후 일어난 자원전쟁의 결과 일부 제도는 다시 그들에게 귀속되었지만 제도와 자원은 원주민에 의해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오늘도 다시 그 바다를 건너 본다. 분명 이곳이 그들의 침공이 시작된 곳일 수 밖에 없었다. 환경을 되돌리려 애를 썼지만 여전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핵실험 환초. 검은 장막같은 공간에서 보내오는 잡음 섞인 저화질의 바다속 풍경 속에 잡음이 더해져 가며 어느날 작은 빛이 그 표식처럼 반짝인다.



.....



캡슐안에 그녀의 부모와 같이 찍은 작은 사진을 부착한다. 그 옆에는 그때 그녀가 보여준 구성도와 표식이 있다. 캡슐은 그녀가 해변에서 부서진 채 발견한 것이었고 대체할 수 있는 부분들이 발명되는 시대가 오기까지 기다려 완성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

캡슐을 담은 잠수정이 표식과 같은 형상의 빛을 향해 미끄러져 간다. 장군 가슴의 표식도 같이 빛이 나는 듯 보였고 오래전 그 통증이 다시 다가왔다.




.....




캡슐안에서 눈을 뜬 장군이 주변을 둘러 보았다. 조금전까지 바다 바닥이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사막같은 공간에 칠흙같은 적막이 장막처럼 둘러쌓고 있다.

캡슐을 여는 순간 칠흑이 빛으로 둘러 쌓였다. 그리고 비행체. 그 비행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그 비행체가 검은 구름으로 가득찬 하늘에서 급강하폭격기 같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눈앞의 모래 위에 착륙했다.

모래의 파도가 걷히자 문이 열리고 데쟈뷰를 느꼈다.









#장막

'paper >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단편 - 만남  (0) 2021.04.20
꿈단편 - 깊고 푸른 바다 : 종막  (0) 2021.04.11
꿈단편 - 깊고 푸른 바다 : 서막  (0) 2021.04.04
꿈단편 6  (0) 2020.12.25
꿈단편5  (0) 2020.12.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