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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story

[단편] 기본직업자 이루의 하루

by 쪽과종이 2021. 8. 5.


수많은 기본소득 논란 끝에 기본소득 대신
기본직업 제도가 만들어지고 시행된지 30년째다.

이루는 한소도시의 시민이며
주중 3일은 개인직업을 3일은 기본직업을 한다.
다른 대부분의 도시는 2일,2일이 정착된지 오래이다.

하지만 이도시는 인구수가 너무 적다고
새로 들어선 행정부에 의해 3일,3일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지자체 제도결정기구인 4각 대분과에서
치열한 논쟁끝에 도입됐었다.

그의 개인직업은 건축가이다.
대학과 유학, 경력을 거쳐 개인 사무소를 차린지 10년
직원 2명과 함께 소도시의 작은 건물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의 기본직업은 도시환경가이다
도시의 환경을 정리하는 수많은 환경로봇,청소로봇들을 관리하여
도시의 환경을 감시하고 청소한다.





9시.

해가 더운 여름날
사무실의 어제 공기를 오늘 공기로 바꾸며 출근한다

진행중인 도시 경계지역 구축 설계안이
한결같이 이루를 맞이해 준다

뉴스에는 여름 더위 소리와
국가 경제 전망 소리와
AI 예측 개선 소리와
기본직업 반대론자들의 소리가
아침 공기를 채운다.

가벼운 향기의 시원한 모닝커피로
더움을 삭히며 하루를 시작한다.



10시.

직원들이 출근하며
어제밤의 빛을 오늘아침 빛으로 바꾼다.

직원들은 시간으로 나누어 개인직업과 기본직업을 수행하고 있다.
4시간 6일을 오전오후 2시간씩 낮에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고
4시간 6일은 저녁에 집근처에서 취약계층보호를 하고 있다.

한직원은 늘 화요일마다 그러듯이
기본직업의 강제성에 대한 불만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어제도 담당 대상의 어깃장에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한직원은 이나라 복지의 근간인 기본직업에 만족을 가지고 있다.
그의 부모 한분은 거동이 불편한 치료대상자로 기본직업이 지정되어 있다.
한분은 기록을 남기는 기록자로 기본직업이 지정되어 있다.
두분다 노령으로 개인직업은 없지만
기본직업에서 나오는 주급과 개인직업의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늘 둘의 대화는 불만과 만족의 교차이다.

아무래도
어제까지 진행된 마을 설계안의 수정안에 대한 회의가
길어질 모양이다.



11시.

한직원은 결정된 수정안으로 설계를 수정하고
도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기로 했다.

구축된 설계안에 대해서
수많은 직종별 시뮬레이션과 기후별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다수의 인구에 대한 상황별 시뮬레이션을 수행을 설정하는데
오후를 보내고 결과는 내일 나오게 되게 될것이다.

심사통과를 위한 조건인 국가단위 시뮬레이션을 위해서
국가 시뮬레이션 공공 컴퓨팅 자원인 이루센터에 신청했다.
이 국가 시뮬레이션은 이루의 부모님이 만든 이론으로 구축되었고
그들은 센터의 명칭을 이루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다른 한직원과 함께 오후 진행중인 현장에 방문 하기위해
1인 박스마이크로카를 직원차와 결합하여 전차스테이션까지 갔다.
박스마이크로카를 태우는 전차에 태우고 옆도시로 간다.

차창에 비치던 도시의 검은색과 회색이
점차 푸른색으로 바뀌어 간다.





12시.

전차의 스낵바에서
직원과 간단한 점심을 먹는다.

음식의 영양분과 자신의 필요영양분에 대한 정보가
고글에 표시되지만 맛있는 향기에 이내 꺼버린다.

차창밖으로 도시외각의 경계가 지나간다.
건물이 빼곡한 도심과 달리
경계지는 자연과 어우러진 도심외각이고
이 경계지를 넘어가면 벌판과 마을이 있다.

전철의 도착지는 도시외각 근처의 마을이고
현장은 마을 전차스테이션에서 30분정도 차로 이동해야 한다.

네비게이션에서
시뮬레이션된 도로가 표시되고
나긋한 목소리가 주행 예측상황을 알려주자
나릇한 기운에 선잠을 청해본다.




12시 20분.

큰소리에 잠을 깼다.

직원이 숨을 가프게 쉬며 뛰어왔다.

차를 빨리 빼야한다며 전철의 비상 오픈 스위치를 누른다.
고개를 돌리니 푸른 강물이 눈에 들어왔다.
전차벽이 내려지며 선로옆 비포장 자갈 도로로 발판을 만든다.

전차의 앞부분은 벌판 한 가운데를 흐르는 강의 다리에 서있었고
다리의 선로가 무언가를 폭발시킨듯한 잔해와 함께 끊어져 있었다.

전차는 부서진곳 없이 강한 폭발 잔해의 냄새와 함께 그 앞에 서 있었다.

전차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이 나왔지만
차들은 모두 하나둘씩 자갈도로에 내려서 각자 달리기 시작한다.

도시경계를 벗어난 외각이지만 뒤로는 도시경계가 가까웠고
멀리 목적지의 마을이 보였다.





1시.

차의 앞유리 패널에 멀리보이는 마을의 풍경이 반투명하게 비치면서
여러도시에서 일어난 기본직업 반대론자의 집단행동의 테러장면과
그들의 주장의 영상이 보여지고 있다.

도로가 자동주행이 난해한 비포장도로의 논길 사이라
주행에 집중하느라 듣고만 있었다.

자연주의에 의해 도심과 마을, 이들을 연결로를 제외한 곳은
최소한의 문명화가 대상이어서
포장도로마저 점차 없어지고 있었다.
농사도 마을주변 수직온실로 거의 대체되어 가고 있어서
도시와 마을을 제외한 산과 벌판은 점차 자연화 되어가고 있었다.

운전이 힘들어 자연화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뇌리를 스치고 있을때
직원은 기본직업 반대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 떠들고 있었다.

마을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갑자기 시 환경국에서 호출이 창 패널에 그려진다.
긴급소집령으로 바로 전까지 있었던 그 전철에 투입요청이었다.

가려던 현장은
결합된 차를 분리해 직원을 보내고
다시 되돌아 간다.




2시.

차의 패널에 긴급보안임무가 표시되고 있다.
주영상출력을 고글로 옮겼다.

지난 10년간 훈련때만 보았던 무장임무를 처음 받게됬다.

청소로봇들의 무장은 일반적인 무기가 아니다.
주로 방어장비로 무장하며
훈련시엔 보급관련 임무와 정찰임무도 담당했다.

이동되어져 오는 청소로봇들에게 원격 무장명령을 지시하면서
바로 옆에는 없지만 느껴지는 쇳냄새를 킁킁 뱉어내며
지나간 뉴스 영상들을 되돌려 보았다.

뉴스 영상의 반대테러용의자들에게서
무장요소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보안 임무에서 보여준 과거의 여러 영상에서는
그들의 미니카의 박스를 무장요소로 예측하고 있었다.
박스는 꽤 익숙한 형태였다.

호출된 로봇들이 대형쓰레기 운반선과 함께 미끄러운 소리를 내며 도착했다.
준비된 로봇들을 테러당한 다리 위치를 지정해
절반은 청소를 명령하면서 절반은 방어와 감시배열을 배치했다.

곧이어 도착한 소방,경찰과 소방,경찰로봇들이
알수없는 명령과 배치로 어지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3시.

로봇들이 파편들을 대형 쓰레기 운반선에 모두 담아 청소가 끝나자
도착한 선로 보수 로봇의 방어와 감시로 배치를 변경했다.

선로보수를 담당하는 이와
대형 쓰레기 운반차 담당과
이번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모두
개인직업으로 선로보수 및 쓰레기를 운반하는 공무원이었다.
선로보수 공무원의 기본직업은 지역군부대 부관이었고
이루의 기본직업의 관리대상인 쓰레기 운반차 공무원의 기본직업은
이루의 기본직업 상관인 환경 부시장이었다.
오늘은 부하직원이지만 어제와 내일은 상관이다.

주요기관 고위직의
주직책은 개인직업으로 하지만
부직책은 기본직업으로 하는게
꽤 오래된 관례였다.

그들은 모두 테러분자들에게 화가 나 있었다.
무의미한 기본직업 반대에 모두를 낭비시키고 있다는 논조였다.



4시.

도시경계의 아이들이 몰려나왔다.
방어무장된 청소 로봇들을 아이들의 관심사로 배치시켜
현장으로 진입을 막기로 경찰들과 협의했다.

아직 개인직업이 없는 아이들의 기본직업은 학생이다.
선생님들을 대부분 개인직업이고
이루의 삼촌과 같이 일부 은퇴한 선생님들이
특수과목이나 특수지역에 기본직업으로 부여되기도 한다.

일부 아이들은 소방, 경찰로봇으로 달려나갔고
그걸 막는 청소로봇의 실랑이가 계속됐다.

멀리서 현장에서 돌아오는 직원이 보였다.




5시.

현장직원이 보여준 메신저 대화내용을
경찰에게 전달했다.

직원이 알고있던 친구가 테러관련자의 정보라며 보내준 내용은
난치환자여서 치료대상자 기본직업으로 지정된 가족을
기업들이 실험용으로 함부로 쓰는 바람에 사고가 났고
사고후 국가의 대응도 없었다는 내용이 주였다

늘 들었던 그들의 기본직업 악용사례 주장중 하나이기도 했다
기본직업의 소속은 국가,지자체인데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서 직원들인 국민,시민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나 지금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부와
의미규정을 담당하는 최고정의기관 수장이
기존 3권분립에서 지금의 4각분할로 재수립됐던 초창기의
행정은 행정출신이, 의미규정은 교육출신이 한다는
초기 규정이 수정되는 바람에
관계나 학계출신 대신 기업출신으로 채워진 후 그렇지 않느냐는
음모론이 만연되어 퍼지기도 했다.

또 4각분할 수립시
입법부만 정당출신이 가능하고,
행정,사법,정의부는 정당출신은 불가능하게 정립되자
사회기업가나 시민운동가로 위장해 진출한 것이 아닌가라는
해묵은 논쟁과도 이어져 있었다.

또한 기본직업의 소득이 개인직업에 비해 낮고
기본직업을 개인직업의 소득하향화 도구로 쓰인다는 주장도
30년째 늘 들어왔던 이야기이다.

임신,육아,보육도 기본직업으로 되어있는데
아이가 없는 이들에 대한 차별이 아니냐는 것도
흔한 이야기였다.

경찰은 연락을 취한뒤 곧 철수하고 이동하였다.
곧이어 소방도 이동하였고
이내 이루에게도 이동명령이 주어졌다.




6시.

의료 데이터로 추출하여 예측한 용의자의 차량은
시청에서 발견되었다.

개인차는 직원차량에 결합하여 맡기고
청소로봇 운반선을 타고 시청으로 이동하였다.

도착한 현장은
이미 용의자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었다.

예측에 의한 빠른 행동으로 용의자가 기도했던
테러는 시도전에 미리 막을수 있었다는 방송이
패널을 채우고 있었다.

복수로 추정되는 마스크를 한 그들은 시청내 제어실을 장악하고
시장과 비서만 감금한 채
자신의 주장을 계속 반복방송하고 있었다.

테러세력으로 보이는 무장단체는 딱히 보이지 않았다.
무장으로 추정한 박스카의 박스도 보이지 않았다.





7시.

경찰에서 청소로봇을 잠입시키기로 요청이 왔다.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청내 소형 청소로봇이
외부 쓰레기장에 정리하려 나올때 바꿔치기 해서 잠입하는 작전이었다.

이루와 같은 기본직업인 시청 로봇담당자가
현장에 도착하자 상호확인후 바꿔치기에 성공했고
청소로봇의 박스를 통해 투입된 소형 정찰전투로봇이
배선반과 환기구를 타고 침투하였다.

감금된 제어실에 도착했을때
그곳엔 감금된 시장과 비서만 있었다.

테러범은 바꿔치기 한 시청 청소로봇의 박스를 통해
이미 빠져나갔음을
제어실에서 확인하였다.




8시.

도시의 의사결정기구인
4각소분과가 기동되었다.

행정부의 시장과, 입법의 시의회,
사법의 법원장과, 정의부의 의미규정감이
원격의사기구로 모였다

용의자 추적을 위한 도시 스캔 안건이 상정되고
일부의 반대에 불구하고 전격스캔이 4각 승인으로 이뤄지자
도시스캔이 동작됐다.

용의자의 현재흔적은 찾을수 없었으나
전격스캔 권한에 의한
과거흔적 스캔으로 최종 위치를 찾았으며
미래예측 스캔으로 추정 위치를 도시외각 마을로 추정하였다.

경찰은 은퇴한 군인,경찰,교육 등으로 구성된 기본직업체인
마을 방범단을 소집시켰다.

도시경계는 아이를 둔 가족들이, 도심에는 젊은이들이 살고 있고
도시외각 마을에는 은퇴자들이 주로 살고 있었기에
마을에서의 선추적을 위해서는 그들이 효과적이었다.



9시.

이루는 시청작전 종료후 긴급임무에서 해제되었다.

소집해제된 청소로봇들을 정리하면서
마을에 도착한 경찰들과 먼저 활동한 방범대 모두
용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송을 보고 있었다.

다른 마을에서도 찾지못했다는 보고를 받은 경찰들이
벌판 스캔에 나선다는 내용은
자동운전으로 도시경계의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보고 있었다.

차에 장식으로 붙여진 이루와 이루의 부모님의 사진이
살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잎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10시.

박스마이크로카와 함께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점검이었다.

박스마이크로카를 접어 주차장에 주차하고 일반엘리베이터로 갔다.
저녁 기본직업을 마치고 들어가는 듯한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3,3일을 낮,저녁으로 몰아서 하는 이들은 많았기에 흔한 일이었다.

어디선가 익숙한 냄새를 느꼈으며
그게 곧 청소로봇 박스 냄새임을 알 수 있었다.

추정했던 용의자에는 학생들이 없었다.
아까 청소로봇과 놀던 도시외각의 어린이 보다는 큰 학생들이다.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는 구별하기 어려웠다.

본인에게서 냄새가 나는지 킁킁대는 이루와
피곤해 하는 학생들을 태우고
엘리베이터는 느리게 올라가고 있었다.





10시 20분.

집에 학생들과 함께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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