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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story

꿈단편 - 깊고 푸른 바다 : 종막

by 쪽과종이 2021. 4. 11.



오늘도 경보에 잠을 깬다. 수십년간 늘 있던 반란군 경보 보다 몇 차례 없었던 시공간 경보가 근래에는 수차례다. 미증유의 시공간 폭발로 지구 전체가 파괴적인 상태로 바뀐지 오래된 이때 반란군들의 침공보다 이 시공간 경보가 반란군들 마저도 얼씬도 하지 않을 경각심을 일깨우게 된다.

오래전에 세워진 바다 플라스틱 정제장치의 거대한 고철이 이제는 바다가 아닌 사막이 되어버린 곳에서 칠흙같은 하늘 아래를 밝혀주는 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기지의 핵융합 발전을 위한 엔지니어 이기도 한 그녀는 시공간 균열의 감시와 보고가 더 중요한 업무이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시공간 균열 물질은 백여년의 노력끝에 그 극소수 양만으로도 공간왜곡을 가능케 하여 우주 워프 기지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게 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태양계를 넘어 5개 곳의 유인 행성과 수십여개가 넘는 자원 행성간 항행에 사용되고 있다. 수백년간의 노력은 이제 은하내 다른 팔로의 접근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걸 가능케 했던 그 동안의 미세한 균열보다 오늘은 규모가 너무 크다. 시공간을 넘어 다른 시대에서 온 거대규모의 물질이 있어야 지금의 공간왜곡을 넘어 시간왜곡이 가능할 것이라는 중앙본부 출신의 패러독스 같은 논문과 이의 실체화에 노력했던 본인의 논문을 다시 찾아보면서, 시공간 폭발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보다 의미있는 무언가가 발견되길 바라는 기대로 검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체 안에서 이제는 화성에서만 볼 수 있는 과거의 푸른 바다와 이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과거의 환초 가운데를 바라보고 있다.




.....




선발대의 무전 보고는 특이했다. 구시대의 잠수정인데 항성계간 워프시 사용하는 우주비행사용 캡슐로 추정되는 물건이 발견됐다는 것. 그리고 사람이 있다는 것.

이내 창문을 통해 그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근처에 내려 보호복을 착용한 뒤 바라본 그 노인은 알수 없는 표정이었다.




......



화성에도 조회한 신분이 확인되지 않자 군은 그를 가두었다. 조만간 화성에서 조사단과 함께 대규모의 군단도 온다는 말이 오갔다. 반란군들의 상징인 수백년전 어떤 인물의 이름을 댔다는 말도 들렸다. 시공간 균열공간인 이곳에서의 시공간 균열 자원 채취와 이의 군사적 보호가 중심인 연합군은 사건의 상세한 확인은 화성에 맡기기로 했다. 군은 반란군 관계 여부와 반란군 동태가 관심이었고, 엔지니어들은 처음으로 규모 있는 물건이 시공간 균열을 통해 넘어온 것이 아닌가가 화두였다.

이 잠수정 처럼 구시대 지구 물건을 가끔씩 쓰는건 반란군들이다. 지구의 회복을 외치며 이 시공간 균열지대가 회복을 가로막는 원인이니 이를 소멸하겠다하며 그들의 주 근거지인 북극 가까운 시베리아 대륙에서 한참 먼 이곳까지 때때로 침략했었다. 하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잠수정에 우주캡슐이고, 게다가 잠수정 밸러스터에서는 지구에서는 이젠 극히 일부지역에만 남은 바닷물까지 발견되었다.

그리고 캡슐에서 발견된 책과 함께 그녀는 사진 속의 그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




코드 레드의 황급한 소리가 눈을 뜬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지구자원기지는 그동안 유례가 없었던 전면적인 공격에 점령되었고 화성으로 후송되었다가 이내 화성도 함락되자 이 자원행성으로 임시대피된거라는 걸 치료 로봇에게 듣게 되었다.

퇴원후 화성 탈환 작전에 은퇴권고를 배제하고 자진 재배치되면서 지난 수년간 보도되는 자료를 보며 화성전쟁시 반란군의 시공물질이 터져 화성 일부분은 지구와 같은 상황이 되었다는 걸 보게되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규모를 넘어서는 대량의 자원이 발생된 상황이 반란군에게 그들의 영역과 무력이 단숨에 연합을 넘어 제국을 만들수 있다는 희망을 제공하였고 대기권 진입이라는 시간차가 그들의 실현을 이루게 하였다는 대담 영상을 본 후 구시대의 북극권 핵실험 자료영상을 보기 시작한다.



......



밸러스터의 바닷물로 시공자원을 무기화 한 반란군은 단순 무력으로는 연합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인적자원과 행성자원 그리고 무엇보다 우주전략이 없다시피한 상태였다. 전투는 이길수 있어도 전쟁은 길었다. 반란 수뇌부는 지구의 재테라포밍을 위한 재료를 태양계 바깥에서 발굴하고 개발하고자 일으킨 수년간의 태양계내 자원 전쟁의 휴전을 시도한다. 지구내에서만 활동했던 그들은 우주에서의 전쟁이 아직 생소했고 화성은 행성 일부를 파괴해버린 실수를 바탕으로, 금성은 압도적인 무력을 바탕으로 확보할 수 있었지만 재테라포밍 자원이 있는 그 이상의 공간은 워프제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반란군들에게는 사실상 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무작정 시도한 화성워프의 그 파괴적인 결과는 반란군들에게도 목성항로 조차 개척하기 어렵게 만들 정도로 큰 피해를 주었었다.

한편 반란수뇌부의 사제집단 원로회는 과거를 점령하는 계획을 세운다. 미증유의 시공사태의 원인을 과거 지구의 핵실험으로 보고 과거에서 온 물질을 통한 시간왜곡으로 침공하여 애초에 사건 발생을 아예 막는 계획으로 환초에 군사를 집결한다.



.....




그녀가 워프후 도착한 곳은 화성이 아닌 지구이고 너무 가까웠다.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행성 대기권 근처로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무시한, 워프를 다룰 줄 모르는 반란군들이나 쓸만한 위험한 워프였다.

휴대하고 있는 시공균열 감지기가 다급히 내뿜는 경고는 이곳으로 작전이 바뀐 이유를 군사령부의 브리핑 이전에 이미 설명하고 있었다.

이내 처음보는 대규모의 균열이지만 어디선가 본듯한 형상이 그녀가 소속된 함대를 기다리고 있었고 곧 닫힐듯이 보였다.



......




깊고 푸른 바다
아름다운 환초
파란 하늘에 환형 구름이 비치는 바다



바다 속에서, 바다 위에서 부상하면서 보이는 처음보는 아름다운 풍경에 작전 도중인지 마저 잊어버리고 있을 때 반란군과의 전투가 현실을 깨닫게 하였다.

시공무기를 가진 반란군의 주부대는 이미 다른 섬으로 간듯 전투는 소규모로 정리되었고 이내 주력부대가 있는 곳으로 함대가 투입됐다.

후속부대를 위한 재배치라는 명령을 받고 중앙본부 소속의 처음보는 작업선으로 갈아탔을 때 작업선의 격납고에서 그 캡슐을 보게 되었다. 그가 타고온 잠수정은 반란군에 넘어갔다고 들었지만 캡슐은 이곳에 있었던 것.

패러독스 논문의 저자인 존경하던 본부의 상관과의 짧은 재회를 뒤로 하고 본인의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장치에 대한 설명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듣게 되었다. 이론이 충실한 탓에 반란군마저 만들수 있을거라는 의견과, 반란군처럼 거대 균열 이동물질인 캡슐을 이용한 자원 무기화가 불가능한 이유에 대한 여러 가설들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캡슐을 비롯해 여러 물질을 이동시켜 그들처럼 무기화 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는게 목적이라는걸 짐작할 수 있었다.

다시 원래의 시공간으로 보내진 지구의 그 기지에는 연합군과 반란군의 전투가 한참인 전장 한가운데 였고 대기권 내에서는 워프가 불가한 이유로 대기권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며 회피기동하던 작업선은 얼마안가 피격되고 말았다.

사막으로 튕겨나간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 없다. 거대한 구조물이 자기 위로 덮치고 있음을 보게된다. 그리고 눈앞에서 그 구조물을 보던 그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무언가를 쏘고 있음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 주위가 무언가로 감싸지고 있는 것이 거대한 구조물의 그림자인지 다른 무엇인지 알수 없었다.




.....



깊고 푸른 바다
아름다운 환초
파란 하늘에 환형 구름이 비치는 바다


다시 이곳이었다.

아찔한 소리에 깨어난 후 전신과 머리의 고통과 함께 주변 상황을 확인 하고자 하고 있을 때, 처음 보는 아름다운 비행체가 환형 구름이 비치는 바다에서 나타나 다가왔다. 마치 이미 마중을 준비하고 있다는 듯이 다가온 그들은 바다에 둥둥 떠있는 구 안의 그녀를 꺼내 맞이하였다.

회피를 하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는 그녀는 그들의 이동도구에 앉혀 이동될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이질적이면서 시대를 가름하기 어려운 풍경을 지나 마치 빛의 신전과도 같은 곳에 도착한 그녀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전망으로 하는 한 방으로 안내되고 전면의 크리스탈 같은 투명한 공간에 거대한 에너지체의 문양이 보이고 이내 그의 형상이 나타나 말하기 시작했다.







# 종막








어느 해변

파도에 밀려온 캡슐 옆의 그녀를 원주민 부부가 발견한다. 바다에 감사기도를 드린 그들은 그녀를 데려간다.

지금은 철수 하고 없어진 주변국 사람들의 언어로 보이는 말을 더듬더듬 말하는 그녀는 그 언어를 아는 다른 이를 통해 물어봐도 다른 기억이 없는 듯하다.

가끔씩 그녀가 의식을 잃으면 바다를 향해 기도를 드린다.

원주민은 원주민어와 생활방식을 하나씩 가르친다. 어느날 그녀가 캡슐을 발견하자 집으로 가져온다.

캡슐이 있던 자리의 사진 일부분 같은 작은 조각들은 바람과 파도에 사라져간다.

바닷바람이 나무들과 머리카락을 감싼다. 이제는 건강한 구릿빛과 긴머리로 빛나는 그녀는 석양의 바다를 바라보며 웃음을 짓는다.

환초의 바다 밑에 아름다운 산호 사이로 문양이 보이다 이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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