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로위성계:아이론행성:하비시 - 부스토 서고실
서고실에 들어서면 늘 기분이 좋다.
복사가 완료된 서책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싶지만, 책은 복사기에 들어가거나, 확대기에 들어가거나, 서고에 다시들어갈 때에도 나와 같은 공기를 만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에 온, 내 신분을 속이고 이곳에 온, 쥬드를 사귈려고 노력했던 7년과, 그리고 작업장에서 기달려온 지난 7개월의 그 시간의 목표가 여기 이 서고에 있다. 그래서, 직접 찾아볼수 없어 안타깝지만 그 기대감 때문에 이 어둡고 차가운 유리향기만 느껴지는 이 공간에 들어서도, 늘 기분이 좋아진다.
현재 작업목록상으로 보면, 내가 원하는 그책은 다음주면 작업하게 된다.
JH 1세 부터 내려져 오던 그 책이 JH 13세에 일어난 홀리오 성계 분리독립전쟁에 휘말려 분실된지 100년 만에 JH 16세인 나에게 다시 보여지게 되는것이다. 책의 존재가 알려진 JH 3세부터 수백년동안 전 성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찾고 싶어했던 책이지만, 그들에겐 진짜 책의 표식을 알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그 문양은 오직 JH 직계에게만 알려주는 문양이었음으로, 10년전 홀리오 성계내 이리우스 행성에서 JH 황실의 물건으로 보이는 유물이 발굴되었다는 홀리오 성계의 공영방송의 다큐를 보았던 7년전의 그 떨림이 지금 다시 다가오고 있다.
베가스 행성의 한 외진 식당에서 보았던 그 다큐에서는 잠깐씩 유물들을 보여줬고, 희미한 그 문양이 박혀있는 서책을 보여주는 짧은 몇십초의 시간, 아마도 이 우주에 그 문양을 알아볼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에, 과거 영광의 성계 황족이라는 이미 내성화되버린 내면적 우쭐함보다, 그 문양을 알고 있다는 황족직계라는 끝모를 자부심에 하마터면 식당안의 사람들에게 소리쳐 자랑마저 하고 싶다는 생각과 나에게는 전설과도 같은 그 근원들을 모두 알수 있을거라는 희열과 어머니의 유언의 감정이 느껴지는 심장의 기억을 다시 기억해내고 있다.
"JH 16세!!"
아무도 없을때 내 어머니는 나를 늘 그렇게 불렀다. 그리고 손바닥을 펼쳐주면서 그 문양을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그려주면서, 잊지말아라고 늘 당부하셨다.
"명심해! 황실을 되찾는 것보다, 황제가 되는 것보다, 제국을 통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건, 바로 그 문장의 물건들을 찾는 것이야. J 와 H 가 분열되고 제국이 분열된 것은 그걸 잃어버렸기 때문이란다."
방문할때면 늘 들어왔던 같은 말을 습관처럼 들려주셨다. 이제는 제국위원회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지금의 황실은 JH 12세부터 시작된 연이은 독립전쟁과 내분에 지구외 인간의 영향하에 있다는 모든 성계를 가졌었던 제국의 9할을 잃어버린 후 사람들에게 진열장의 인형같은 존재가 되버리고 말았다. 추억에는 늘 우쭐함과 씁쓸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봐 존"
문이 열리며 쥬드가 나를 부르며 서고에 들어선다. 내 이름은 존이 아니지만, J 사상의 신봉자인 쥬드가 본명을 버리면서 J로 시작하는 쥬드라는 이름을 쓴다는 사실에 만든 가명이다. 사실 왜 그렇게까지들 하는지 이해는 안된다.
"가자구, 중계가 곧 시작이야. 어디로 잡았어?"
축구광인 쥬드를 위해 축구광이 될수밖에 없는 나는, 서고의 희열과 추억의 아쉬움의 얼굴을 보이지 않고, 축구광의 얼굴로 쥬드를 맞이한다. 이데아컵 결승이 오늘이다.
"당연히 J & Load지"
J/H 분열 대립이 스포츠까지 이어지는 현재에서, 둘중 하나를 택하지 않으면 오히려 비난받는 시대에서 오히려 JH 근원과 통합을 찾아야 하는 이방인의 심장을 숨기며, 열띤 J 사상신봉자의 당연하다는 얼굴로 대답한다.
"Load! Lord! Load! Lord!"
J 사상의 별칭인 Load 와 상징인 Lord 를 섞어쓰는 유명한 구호를 외치며 쥬드의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서고를 나선다. 거리에 나서면 같은 구호를 외치며 펍에 몰려가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쥬드도 같이 외치면서 서고 내부 보안장치를 설정한 후 문을 연다
"근데 왜 J 일까? 궁금하단 말야, 왜 J 라고 이름 지었을까? Load & Lord 면 L 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서고 문이 닫히면서 엘리베이터에서 숫자를 응시하던 J 사상의 학구파 신봉자인 쥬드가 그 학구열의 눈동자를 하면서 물어본다. 지난 7년간 몇번이나 들었던 말이고, 쥬드는 알코올에 휘발되 기억이 없겠지만 쥬드가 이 고서관련 작업에서 찾고자 하려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의 눈빛은 예전에도 이 말을 할때 늘 그랬듯이 여전히 반짝인다.
"세상 사람들이 다 모르는걸 내가 알거라고 생각해? 푸히히히히히"
쥬드의 가슴을 툭툭 치면서 크게 웃음지어 넘기며, 엘리베이터내에 있는 서고 외부 보안장치를 설정한다. 엘리베이터에 1층이라 말하자 엘리베이터의 모든면이 구름위 하늘영상으로 바뀌며 지상을 향해서 움직인다. 쥬드는 수수께끼를 푸는듯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깐 잠기더니, 엘리베이터 디스플레이를 축구채널으로 조절하면서 의자 패널을 꺼낸다. 펍까지 이 이동박스로 가려나 보다
금세 다른것에 열중하는 쥬드의 모습을 보면서 알수 없는 우쭐함이 솟구친다.
내이름은 JH 16세,
200년전 사라져버린 황실의 직계,
하지만 사람들에게 황실의 이름은 다르게 알려져 있다.
엘리베이터 디스플레이에 이데아 17세 꼬꼬마의 시축하는 화면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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